본문 바로가기

아빠육아18

[육아일기] "슬펐는데 안 울었어" — 작은 공룡이 한 말 아이가 잠자기 전에는 나와 함께 잔다. 책을 읽거나, 장난감을 가지고 놀거나. 오늘은 장난감을 가지고 놀자고 했다.공룡놀이를 시작했다. 아이는 작은 공룡, 아빠는 큰 공룡으로 하자고 해서 그렇게 시작했다.작은 공룡이 말했다."큰 공룡아, 어디 가니?""응, 산책 가는 중이야."작은 공룡이 말했다."아. 그래. 난 할머니랑 할아버지랑 엄마랑 아빠랑 회사 갔어."이게, 뭐지.순간 멈췄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아 그렇구나. 그래서 슬펐어?""아니, 슬펐는데 안 울었어.""나랑 산책 갈까?""어, 그래."아이는 그렇게 잠이 들었다.아이는 공룡을 대신해서 뭔가를 말하는 것일까. 직접 말하기 어려운 것들을, 작은 공룡의 입을 빌려서.슬펐는데 안 울었다는 말이 오래 남았다. 아이는 잠들었고, 나는 한동안 자지 못했다. 2026. 4. 20.
[육아일기] "막대기 조심하세요" — 방지턱과 층간소음 포스트잇 사이 순천에서 장인어른, 장모님이 오시는 날이다.이사하고 나서 처음으로 하는 집들이라 아침부터 아내는 분주하다. 지지난주에는 부산에서 오셨고, 이번 주는 순천에서 오신 것이다. 아이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온다고 들떠있다.할머니 할아버지가 도착하자마자 아이가 각 방을 안내한다."이방은 아빠방. 이방은 로아방. 이방은 큰방."진지하다. 이 집 공식 안내원이 된 것처럼.막대기 조심하세요아침을 먹고 아파트 주변 산책길로 향했다. 아이가 신나게 앞서가다가 갑자기 멈추더니 뒤를 돌아봤다."할머니, 할아버지, 막대기 조심하세요."응? 무슨 막대기?산책로 중간중간에 있는 방지턱이었다. 아이 눈에는 막대기로 보이는 거다. 틀린 말이 아니다. 아이 눈높이에서는 그게 막대기다.아이와 밖을 나올 때마다 아이는 신나게 뛴다. 그때마다.. 2026. 4. 19.
[육아일기] "지워야지" — 그림으로 대화를 걸던 4살 아이가 떼를 쓴다.아침부터. 어제 아내가 산 칠판 앞에서.이런 돌발이 가끔 있다. 왜 우는지 모르겠다. 아내는 출근 시간 때문에 서서히 초조해진다. 나는 무릎을 꿇고 아이 눈높이에서 물었다."로아야, 왜 그래? 뭐가 필요해?"그게 전부였다.아이가 칠판에 뭔가를 그려놨는데, 그걸 지워달라는 거였다. 그림으로 말을 걸고 싶었던 거다. 내가 지워주면 또 그리고, 또 지워달라고 하고. 그게 아이가 원하는 대화였다."지워야지."그 말 한마디면 됐다. 울음이 멈췄다.1이 남아있을 때SNS에서 대화를 하다가 상대방이 읽지 않고 1이 남아있으면 답답해한다.아, 얘는 왜 맨날 읽지를 않지? 왜 늦게 읽지?지금 그 순간이 떠오른다.아이도 그랬던 거다. 칠판에 그림을 그려놓고 기다렸는데 아무도 반응을 안 해주는 게 — 읽지.. 2026. 4. 16.
[육아일기] "와, 잘한다" — 진달래꽃과 칭찬이 필요한 4살 저녁을 먹고, 아파트 주변을 산책하면 아이가 자주 하는 질문이 있다."엄마, 이거 보라색꽃 빨간색꽃 뭐에요? 라고 나한테 말해봐요."아내가 아이에게 말한다."로아야, 이거 보라색꽃 빨간색꽃 뭐에요?""아, 이거... 진달래꽃.""와~ 로아 잘한다. 어떻게 알고 있지?"아이는 싱글벙글 웃는다.매일 같은 질문, 매일 같은 대답그리고 다음 날에도, 그다음 날에도 아이는 똑같은 질문을 한다.아이는 매번 그 말이 듣고 싶은 것 같다.와, 잘한다. 와, 잘한다.다 아는 꽃 이름이다. 그래도 묻는다. 대답한다. 칭찬받는다. 웃는다. 이 루틴이 아이한테는 중요한 거다. 안다는 것보다 칭찬받는 것이 더 필요한 나이니까.잘먹겠습니다누굴 이렇게 칭찬해본 적이 있었을까.가까운 아내한테도 음식 맛있다는 그 간단한 말 한마디 잘.. 2026. 4. 16.
[육아일기] "음식은 나눠먹어야 맛있는 거야" — 타코야끼 사건과 4살의 한마디 밤새 얼굴에 상처는 조금씩 아문 것 같았다.그래도 습윤밴드가 부풀어 올라 있었다. 상처가 깊은 모양이다. 아이는 "괜찮아, 괜찮아" 한다. 이럴 때 꼭 어른 같다. 어제 그렇게 서럽게 울던 아이가 맞나 싶어서, 나도 모르게 씩 웃고 말았다.미용실 의자에 앉은 어른오늘은 아이와 함께 미용실 가는 날이었다.아이는 미용실 사장님을 좋아한다. 갈 때마다 맛있는 걸 주시기 때문이다. 오늘도 사탕 하나를 받아들고 얼굴에 상처가 났는데도 씩씩하게 의자에 앉았다. 사장님이 얼굴 상처를 보고 놀라셨지만, 아이는 태연했다."준비 됐나요?""네~"익숙해서 그런지 꼼짝도 않았다. 5~10분 사이에 모든 게 끝나고, 아이는 거울을 이리저리 들여다봤다."엄마, 나 이뻐? 아빠, 나 이뻐?"어제 그렇게 울음을 터뜨렸던 아이가 어느.. 2026. 4. 12.
[육아일기] "자전거 용서해줘"라고 했다 — 딸아이와의 주말 에세이 자전거 용서해줘라고 했다금요일 새벽 2시 30분에 눈을 떴다.거실은 아직 어두웠다. 아내와 딸아이는 자고 있었다. 부산 팀회의가 9시 30분이었다. 버스로 3시간이니 서두를 수밖에 없었다.그런데 출발 전에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컴퓨터를 켰다. 편의점아빠 일본어 번역 최종 수정. 오타를 잡고, 어색한 문장을 다듬었다. 일본어가 몇 년째 공부한 것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하는 요즘, 번역 작업도 조금씩 수월해졌다. 수정을 마치고 KDP에 등록했다.コンビニパパ → KDP 72시간 승인 대기 중.화면에 그 문구가 떴다. 월요일쯤 승인 소식이 나올 것 같다. 원래 편의점아빠는 일본어 책을 먼저 내려고 만든 책이다. 이유는 나중에 따로 이야기하겠다.그렇게 터미널로 향했다. 부산 버스 안에서 3시간, 창문에 기댄 채 .. 2026. 4.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