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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떼를 쓴다.
아침부터. 어제 아내가 산 칠판 앞에서.
이런 돌발이 가끔 있다. 왜 우는지 모르겠다. 아내는 출근 시간 때문에 서서히 초조해진다. 나는 무릎을 꿇고 아이 눈높이에서 물었다.
"로아야, 왜 그래? 뭐가 필요해?"
그게 전부였다.
아이가 칠판에 뭔가를 그려놨는데, 그걸 지워달라는 거였다. 그림으로 말을 걸고 싶었던 거다. 내가 지워주면 또 그리고, 또 지워달라고 하고. 그게 아이가 원하는 대화였다.
"지워야지."
그 말 한마디면 됐다. 울음이 멈췄다.
1이 남아있을 때
SNS에서 대화를 하다가 상대방이 읽지 않고 1이 남아있으면 답답해한다.
아, 얘는 왜 맨날 읽지를 않지? 왜 늦게 읽지?
지금 그 순간이 떠오른다.
아이도 그랬던 거다. 칠판에 그림을 그려놓고 기다렸는데 아무도 반응을 안 해주는 게 — 읽지 않은 1처럼 느껴졌던 거 아닐까. 아이한테 그림은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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