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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일기] "막대기 조심하세요" — 방지턱과 층간소음 포스트잇 사이

by 우노디야_라이프 2026. 4.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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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에서 장인어른, 장모님이 오시는 날이다.

이사하고 나서 처음으로 하는 집들이라 아침부터 아내는 분주하다. 지지난주에는 부산에서 오셨고, 이번 주는 순천에서 오신 것이다. 아이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온다고 들떠있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도착하자마자 아이가 각 방을 안내한다.

"이방은 아빠방. 이방은 로아방. 이방은 큰방."

진지하다. 이 집 공식 안내원이 된 것처럼.


막대기 조심하세요

아침을 먹고 아파트 주변 산책길로 향했다. 아이가 신나게 앞서가다가 갑자기 멈추더니 뒤를 돌아봤다.

"할머니, 할아버지, 막대기 조심하세요."

응? 무슨 막대기?

산책로 중간중간에 있는 방지턱이었다. 아이 눈에는 막대기로 보이는 거다. 틀린 말이 아니다. 아이 눈높이에서는 그게 막대기다.

아이와 밖을 나올 때마다 아이는 신나게 뛴다. 그때마다 조마조마하다. 또 넘어지면 어쩌지. 아마도 아이는 알고 있는 게 아닐까. 집에 들어가면 엄마 아빠가 뛰지 말라고 한다는 걸.


포스트잇이 사라진 날

얼마 전 아랫층에서 층간소음으로 신고가 들어왔다.

입주 기간이라 소음이 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고, 이해는 갔다. 딸기를 들고 아랫층에 찾아가서 죄송하다고 인사드렸다. 그런데 다음 날도 현관문에 포스트잇이 붙어있었다.

스트레스가 쌓였다. 그날부터 아이가 뛸 때마다 뛰지 말라고 소리쳤다. 아이가 울었다. 서럽게. 미안하다고 달랬다. 일상의 반복이었다.

아내가 매트를 주문했다. 거실, 복도 모든 곳에 매트를 깔았다. 아이가 물었다.

"엄마 아빠, 이제 뛰어도 돼요?"

크게는 아니지만 조심스럽게는 괜찮다고 했다. 그 이후로 현관문 앞에서 포스트잇이 사라졌다.


그래도 아이는 뛰고 싶어한다. 그래서 밥을 먹고 나면 아이가 먼저 말하는 게 아닐까.

"엄마 아빠, 산책 가요."

언제부터인가 산책 가자는 말을 자주 한다. 밖에서는 뛸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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