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밤새 얼굴에 상처는 조금씩 아문 것 같았다.
그래도 습윤밴드가 부풀어 올라 있었다. 상처가 깊은 모양이다. 아이는 "괜찮아, 괜찮아" 한다. 이럴 때 꼭 어른 같다. 어제 그렇게 서럽게 울던 아이가 맞나 싶어서, 나도 모르게 씩 웃고 말았다.
미용실 의자에 앉은 어른
오늘은 아이와 함께 미용실 가는 날이었다.
아이는 미용실 사장님을 좋아한다. 갈 때마다 맛있는 걸 주시기 때문이다. 오늘도 사탕 하나를 받아들고 얼굴에 상처가 났는데도 씩씩하게 의자에 앉았다. 사장님이 얼굴 상처를 보고 놀라셨지만, 아이는 태연했다.
"준비 됐나요?"
"네~"
익숙해서 그런지 꼼짝도 않았다. 5~10분 사이에 모든 게 끝나고, 아이는 거울을 이리저리 들여다봤다.
"엄마, 나 이뻐? 아빠, 나 이뻐?"
어제 그렇게 울음을 터뜨렸던 아이가 어느새 아픔은 잊고 환하게 웃고 있었다. 아이는 늘 그렇다. 지난 일에 미련을 두지 않는다. 지나간 일을 한참 곱씹는 나와는 정반대다. 한 번쯤은 저 사고방식을 닮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타코야끼 사건 — "음식은 나눠먹어야 맛있는 거야"
미용실을 나오자 아이가 말했다. "엄마, 피자 먹고 싶어요." 피자보다 쭉 늘어나는 치즈를 좋아하는 아이라서, 사실 피자는 핑계고 치즈가 목적이다. 근처 피자집을 찾아 들어갔다.
피자를 주문하기 전에 나온 새우칩 과자를 아이가 먼저 집어서 우리한테 내밀었다.
"나눠먹어야 맛있잖아."
그 말을 들으면서 며칠 전 일이 떠올랐다.
백화점에서 산 타코야끼가 있었다. 아이가 먹고 싶다고 줄을 서서 샀는데, 집에 와서는 다른 걸 먹겠다고 했다. 나와 아내는 배가 고팠고, 2개만 남기고 거의 다 먹었다. 그리고 아이한테 물었다.
"이거 안 먹을 거야?"
"응, 안 먹어. 나 이거 먹고 있잖아."
그러고 몇 분 뒤, 아이가 타코야끼를 찾았다. 없다고 했더니 서럽게 울었다.
"음식은 나눠먹어야 맛있는 거야!!"
맞는 말이다. 미안하다고 달랬다. 꼭 사준다고 또 달랬다. 그 말이 아직도 머릿속에 박혀 있다. 지금 피자집에서도 똑같이 나눠주면서 똑같은 말을 하는 아이를 보니, 더 미안해진다. 타코야끼 빨리 사줘야 되는데.
올리브영에서 줍는 쓰레기
피자를 다 먹고 올리브영에 잠깐 들렀다. 아내가 살 것이 있었다.
들어서자마자 아이가 쓰레기를 집어 들어 나에게 내밀었다. 익숙하다. 길 가다가도, 어디 가다가도, 바닥에 뭔가 떨어져 있으면 꼭 주워서 나한테 준다.
"아빠, 진짜 나쁜 사람이네."
"누가 쓰레기 버렸어, 여기."
어디서 배운 걸까. 책에서인지, 어린이집에서인지. 4살짜리가 쓰레기를 줍고 나쁜 사람이라고 말하는 걸 보면서, 조금씩 성장해가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아이 앞에서는 맑은 거울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오늘 또 든다. 어른들이 아이 앞에서 얼마나 투명해야 하는지를, 이 작은 사람이 조용히 가르쳐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