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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에세이9

[육아일기] 완치 — "잘 갔다 올게" 하고 검사실로 들어간 4살 21일, 22일 양이틀 아내와 나는 연차를 냈다.딸아이의 마지막 검사가 있기 때문이다. 신장, 콩팥 등 기존에 역류로 손상된 부분을 최종적으로 확인하기 위함이다.목요일 오전 9시 예약이라 수요일 일을 마치자마자 부산으로 향했다. 도착하니 저녁 12시가 다 돼있었다. 아이는 금세 잠이 들었고, 우리도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고 바로 눈을 감았다.주사 2~3번에도 태연한 아이다음 날 아침 일찍 양산부산대병원으로 갔다.진료표를 끊고 대기를 했다. 검사 전에 혈관에 뭔가를 넣어야 해서 아이와 함께 주사실로 갔다. 아이는 주사에 익숙해서 그런지 울지도 않았다. 혈관이 잘 보이지 않아 간호사가 2~3번을 시도했음에도 아이는 태연했다. 간호사 분들이 엄청 미안해하셨다.나중에 아이가 말했다."아빠, 약간 따끔하긴 했어. .. 2026. 5. 22.
[육아일기] 장화 신고 나간 아이가 얼굴에 상처를 달고 돌아왔다 오늘은 비가 아침부터 많이 내렸다.아이는 일어나자마자 창밖을 보더니 말했다."오늘은 장화 신는 날이다!""엄마, 아빠, 나 장화 신어도 돼요?""응, 신어볼까?""와, 신난다!!"뛸 듯이 기뻐했다. 아이한테는 비 오는 날이 그냥 비 오는 날이 아니다. 장화를 꺼낼 수 있는 날이다. 아직까지 딱 맞는 작은 장화를 신고 어린이집으로 향하는 뒷모습. 우산을 쓰고 걸어가는 그 뒷모습을 보는데, 뭔가 마음이 불편했다. 이유는 몰랐다. 그냥.아내는 사무실로, 나는 곧장 목포로 향했다.점심즈음이었다.아내에게 카톡이 울렸다. 두 가지였다. 아내는 일 중에 카톡을 잘 하지 않는다. 그래서 바로 예상이 됐다. 어린이집에 일인지, 아니면 집안에 일인지. 전자였다.아내가 어린이집 선생님한테 받은 사진을 나에게 보내줬다.아이 .. 2026. 5. 13.
[육아일기] "슬펐는데 안 울었어" — 작은 공룡이 한 말 아이가 잠자기 전에는 나와 함께 잔다. 책을 읽거나, 장난감을 가지고 놀거나. 오늘은 장난감을 가지고 놀자고 했다.공룡놀이를 시작했다. 아이는 작은 공룡, 아빠는 큰 공룡으로 하자고 해서 그렇게 시작했다.작은 공룡이 말했다."큰 공룡아, 어디 가니?""응, 산책 가는 중이야."작은 공룡이 말했다."아. 그래. 난 할머니랑 할아버지랑 엄마랑 아빠랑 회사 갔어."이게, 뭐지.순간 멈췄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아 그렇구나. 그래서 슬펐어?""아니, 슬펐는데 안 울었어.""나랑 산책 갈까?""어, 그래."아이는 그렇게 잠이 들었다.아이는 공룡을 대신해서 뭔가를 말하는 것일까. 직접 말하기 어려운 것들을, 작은 공룡의 입을 빌려서.슬펐는데 안 울었다는 말이 오래 남았다. 아이는 잠들었고, 나는 한동안 자지 못했다. 2026. 4. 20.
[육아일기] "막대기 조심하세요" — 방지턱과 층간소음 포스트잇 사이 순천에서 장인어른, 장모님이 오시는 날이다.이사하고 나서 처음으로 하는 집들이라 아침부터 아내는 분주하다. 지지난주에는 부산에서 오셨고, 이번 주는 순천에서 오신 것이다. 아이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온다고 들떠있다.할머니 할아버지가 도착하자마자 아이가 각 방을 안내한다."이방은 아빠방. 이방은 로아방. 이방은 큰방."진지하다. 이 집 공식 안내원이 된 것처럼.막대기 조심하세요아침을 먹고 아파트 주변 산책길로 향했다. 아이가 신나게 앞서가다가 갑자기 멈추더니 뒤를 돌아봤다."할머니, 할아버지, 막대기 조심하세요."응? 무슨 막대기?산책로 중간중간에 있는 방지턱이었다. 아이 눈에는 막대기로 보이는 거다. 틀린 말이 아니다. 아이 눈높이에서는 그게 막대기다.아이와 밖을 나올 때마다 아이는 신나게 뛴다. 그때마다.. 2026. 4. 19.
[육아일기] "지워야지" — 그림으로 대화를 걸던 4살 아이가 떼를 쓴다.아침부터. 어제 아내가 산 칠판 앞에서.이런 돌발이 가끔 있다. 왜 우는지 모르겠다. 아내는 출근 시간 때문에 서서히 초조해진다. 나는 무릎을 꿇고 아이 눈높이에서 물었다."로아야, 왜 그래? 뭐가 필요해?"그게 전부였다.아이가 칠판에 뭔가를 그려놨는데, 그걸 지워달라는 거였다. 그림으로 말을 걸고 싶었던 거다. 내가 지워주면 또 그리고, 또 지워달라고 하고. 그게 아이가 원하는 대화였다."지워야지."그 말 한마디면 됐다. 울음이 멈췄다.1이 남아있을 때SNS에서 대화를 하다가 상대방이 읽지 않고 1이 남아있으면 답답해한다.아, 얘는 왜 맨날 읽지를 않지? 왜 늦게 읽지?지금 그 순간이 떠오른다.아이도 그랬던 거다. 칠판에 그림을 그려놓고 기다렸는데 아무도 반응을 안 해주는 게 — 읽지.. 2026. 4. 16.
[육아일기] "와, 잘한다" — 진달래꽃과 칭찬이 필요한 4살 저녁을 먹고, 아파트 주변을 산책하면 아이가 자주 하는 질문이 있다."엄마, 이거 보라색꽃 빨간색꽃 뭐에요? 라고 나한테 말해봐요."아내가 아이에게 말한다."로아야, 이거 보라색꽃 빨간색꽃 뭐에요?""아, 이거... 진달래꽃.""와~ 로아 잘한다. 어떻게 알고 있지?"아이는 싱글벙글 웃는다.매일 같은 질문, 매일 같은 대답그리고 다음 날에도, 그다음 날에도 아이는 똑같은 질문을 한다.아이는 매번 그 말이 듣고 싶은 것 같다.와, 잘한다. 와, 잘한다.다 아는 꽃 이름이다. 그래도 묻는다. 대답한다. 칭찬받는다. 웃는다. 이 루틴이 아이한테는 중요한 거다. 안다는 것보다 칭찬받는 것이 더 필요한 나이니까.잘먹겠습니다누굴 이렇게 칭찬해본 적이 있었을까.가까운 아내한테도 음식 맛있다는 그 간단한 말 한마디 잘.. 2026. 4.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