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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일기9

[육아일기] "지워야지" — 그림으로 대화를 걸던 4살 아이가 떼를 쓴다.아침부터. 어제 아내가 산 칠판 앞에서.이런 돌발이 가끔 있다. 왜 우는지 모르겠다. 아내는 출근 시간 때문에 서서히 초조해진다. 나는 무릎을 꿇고 아이 눈높이에서 물었다."로아야, 왜 그래? 뭐가 필요해?"그게 전부였다.아이가 칠판에 뭔가를 그려놨는데, 그걸 지워달라는 거였다. 그림으로 말을 걸고 싶었던 거다. 내가 지워주면 또 그리고, 또 지워달라고 하고. 그게 아이가 원하는 대화였다."지워야지."그 말 한마디면 됐다. 울음이 멈췄다.1이 남아있을 때SNS에서 대화를 하다가 상대방이 읽지 않고 1이 남아있으면 답답해한다.아, 얘는 왜 맨날 읽지를 않지? 왜 늦게 읽지?지금 그 순간이 떠오른다.아이도 그랬던 거다. 칠판에 그림을 그려놓고 기다렸는데 아무도 반응을 안 해주는 게 — 읽지.. 2026. 4. 16.
[육아일기] "와, 잘한다" — 진달래꽃과 칭찬이 필요한 4살 저녁을 먹고, 아파트 주변을 산책하면 아이가 자주 하는 질문이 있다."엄마, 이거 보라색꽃 빨간색꽃 뭐에요? 라고 나한테 말해봐요."아내가 아이에게 말한다."로아야, 이거 보라색꽃 빨간색꽃 뭐에요?""아, 이거... 진달래꽃.""와~ 로아 잘한다. 어떻게 알고 있지?"아이는 싱글벙글 웃는다.매일 같은 질문, 매일 같은 대답그리고 다음 날에도, 그다음 날에도 아이는 똑같은 질문을 한다.아이는 매번 그 말이 듣고 싶은 것 같다.와, 잘한다. 와, 잘한다.다 아는 꽃 이름이다. 그래도 묻는다. 대답한다. 칭찬받는다. 웃는다. 이 루틴이 아이한테는 중요한 거다. 안다는 것보다 칭찬받는 것이 더 필요한 나이니까.잘먹겠습니다누굴 이렇게 칭찬해본 적이 있었을까.가까운 아내한테도 음식 맛있다는 그 간단한 말 한마디 잘.. 2026. 4. 16.
[육아일기] "음식은 나눠먹어야 맛있는 거야" — 타코야끼 사건과 4살의 한마디 밤새 얼굴에 상처는 조금씩 아문 것 같았다.그래도 습윤밴드가 부풀어 올라 있었다. 상처가 깊은 모양이다. 아이는 "괜찮아, 괜찮아" 한다. 이럴 때 꼭 어른 같다. 어제 그렇게 서럽게 울던 아이가 맞나 싶어서, 나도 모르게 씩 웃고 말았다.미용실 의자에 앉은 어른오늘은 아이와 함께 미용실 가는 날이었다.아이는 미용실 사장님을 좋아한다. 갈 때마다 맛있는 걸 주시기 때문이다. 오늘도 사탕 하나를 받아들고 얼굴에 상처가 났는데도 씩씩하게 의자에 앉았다. 사장님이 얼굴 상처를 보고 놀라셨지만, 아이는 태연했다."준비 됐나요?""네~"익숙해서 그런지 꼼짝도 않았다. 5~10분 사이에 모든 게 끝나고, 아이는 거울을 이리저리 들여다봤다."엄마, 나 이뻐? 아빠, 나 이뻐?"어제 그렇게 울음을 터뜨렸던 아이가 어느.. 2026. 4.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