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내가 이틀 출장을 갔다. 딸아이와 나, 단둘이었다.
아침부터 뭘 하면 좋을까 고민했다. 아이는 아직 자고 있었고, 어린이집에서 모래놀이 장난감을 선물로 받아와서 그걸 들고 아침부터 난리였다. 모래놀이를 하자고 떼를 쓰는 통에 부랴부랴 준비해서 담양 메타세쿼이아길로 향했다.
전에 개구리박물관을 지나가다 본 적 있는 익숙한 길이었다. 다만 날씨가 너무 맑고 더워서 걱정이 됐다. 출발 전에 딸아이 얼굴엔 선크림을 듬뿍 발랐는데, 나는 정신없이 뛰쳐나오느라 바르지 못하고 나왔다.


대통밥 포크레인 작전
도착하자마자 배가 고팠다. 아이에게 밥 먼저 먹고 놀자고 권유하고, 인근 명가정 떡갈비 집으로 들어가 대통밥을 시켰다.
아이는 엄마랑 있을 때만 밥을 잘 먹고, 나랑 있을 땐 통 먹지 않는다. 그래서 대통밥을 선택했다. 대통밥은 아이에게 하나의 장난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에게 말했다. "너 포크레인 좋아하지? 숟가락이 포크레인이야. 한 번씩 퍼서 먹어봐." 예상은 적중했다. 아이는 대통밥을 포크레인 조종석으로 인식하고 멸치며 이것저것 넣어가며 맛있게 비워냈다. 포크레인 기사가 다 된 듯이.
배가 찬 아이는 이제 모래놀이를 하러 가자고 했다.


너무 더우면 대안을 찾으면 된다
그런데 날씨가 너무 더웠다. 이대로 모래놀이를 하다간 사우디에서 기름 찾는 꼴이 될 것 같았다.
조심스럽게 아이에게 말했다. "요 앞에 놀이공원이 있는데, 우리 한번 갈까?" 마침 언니 오빠들이 신나게 놀고 있었던 터라 설득이 쉬웠다. 놀이기구 두 개를 타기 위해 12,000원을 내고 입장권을 샀다.
하나는 큰 성에서 미끄럼틀을 타는 것, 하나는 물 위에 떠있는 튜브에서 빙글빙글 노는 것이었다. 날씨가 더워도 아이는 뛸듯이 기뻐했다.

중간에 멈춰 손짓하는 딸
아이가 제일 어려서 언니 오빠들에게 부딪히거나 다칠까봐 내심 신경이 쓰였다.
그런데 미끄럼틀을 올라가는 속도가 느려 뒤에 언니 오빠들이 짜증낼까봐 조마조마하고 있는데, 아이가 중간 지점에서 멈추고 뒤에 있는 언니 오빠들에게 먼저 올라가라고 손짓하는 게 아닌가.
'참 대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끝나고 아이에게 왜 그랬냐고 물어봤더니 한마디 했다.
"미안해서."
차에 타자마자 5분 만에 골아떨어졌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볕을 맞으며 자는 작은 얼굴을 보면서 생각했다.
정말 많이 컸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