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육아일기] 로아야, 생일 축하해 — 헬륨풍선 인형들이 기다리던 그날

by 우노디야_라이프 2026. 3. 27.
반응형

 


어젯밤, 로아가 잠든 얼굴을 한참 봤다.

볼이 빨개진 채로, 뭔가 좋은 꿈이라도 꾸는 듯 입 꼬리가 살짝 올라가 있었다. 오늘 하루가 얼마나 신났으면 저렇게 자나 싶어서,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로아가 네 살이 됐다.


와이프의 아이디어는 늘 나를 놀라게 한다

며칠 전부터 낌새가 이상했다. 와이프가 폰을 보면서 뭔가를 열심히 저장하더니, 나한테 몇 번이나 보여줬다.

"이거 어때? 이게 나을 것 같지?"

인터넷에서 화제가 됐던 장면이라고 했다. 헬륨풍선을 들고 있는 인형들을 방 한가운데 세워두고, 아이가 들어오는 순간을 노리는 것이었다. 아이 눈높이에 맞춰 인형들이 줄지어 풍선을 들고 서 있는 그 장면.

나는 솔직히 '잘 될까?' 싶었다. 근데 와이프 표정을 보니 이미 마음속으로 다 완성해놓은 것 같았다. 몇 번의 고민 끝에 와이프는 결정했고, 나는 그냥 따랐다.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로아가 문을 열던 그 순간

"들어와봐, 로아야~"

와이프 목소리에 로아가 문을 열었다.

방 안으로 한 발 들여놓는 순간, 잠깐 멈췄다.

큰 눈이 동그래지더니, 입이 조금 벌어졌다. 그리고 2초쯤 지났을까. 갑자기 뛰면서 소리를 질렀다.

"인형들이 풍선 들고 있어!! 나 축하해주는 거야?!"

그 목소리의 높이가, 아직도 귀에 남는다. 기쁨이 어느 정도면 저런 소리가 나오는 건지. 방 안이 순식간에 로아의 에너지로 꽉 찼다. 풍선 하나하나를 손으로 건드려보고, 인형들한테 직접 말을 걸었다. "고마워, 고마워."

며칠 전부터 노래를 부르고 다니던 딸기케이크까지 인형들 앞에 놓여 있으니 더 신이 났다. 빨간 딸기 향이 방 안에 퍼지는 동안, 로아는 두 손을 모으고 눈을 감았다.

촛불 앞에서 뭘 빌었는지는 모른다. 근데 그 표정만큼은 평생 기억할 것 같다.


승리이모, 제민삼촌도 왔다

회사 동료들도 달려와줬다. 승리이모, 제민삼촌.

로아가 아는 얼굴들이 생일 노래를 불러주자 더 좋아했다. 생일 선물까지 받고 나서는 완전히 들뜬 상태가 됐다. 케이크를 먹고, 재밌게 놀고, 아이는 그렇게 깊이 잠들었다.

나는 다시 새벽에 이 글을 쓰고 있다.

매번 와이프의 아이디어에 놀란다. 내가 생각 못 하는 걸 늘 먼저 생각해놓는다. 아이 눈높이에서 세상을 보는 그 감각이, 나는 아직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다.


오늘과 내일은 나 혼자다

와이프가 출장을 간다. 오늘, 그리고 내일.

생일 파티의 흥분이 가시기도 전에, 이제 아빠 혼자 로아를 맡는다.

오늘은 평소 루틴대로 하면 될 것 같다. 어린이집 보내고, 데려오고, 저녁 뭐 먹을지만 생각하면 되니까. 근데 내일이 문제다. 와이프 없이 하루를 온전히 채워야 한다.

어린이극장에 갈까. 체험 공간에 갈까. 점심시간에 짬짬이 검색해볼 생각이다. 광주에 생각보다 갈 만한 곳이 많다고 하던데, 막상 혼자 데리고 나가려니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

생일 선물을 한 무더기 받아서 기분이 한껏 올라간 로아를 데리고, 내일은 어디를 가야 그 기분을 이어줄 수 있을까.

아빠 혼자서도 충분히 재밌는 하루를 만들어줄 수 있다는 걸, 나도 조금 증명하고 싶다.


광주에서 로아랑 갈 만한 곳 (내가 찾아본 것들)

 

내일을 위해 정리해봤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어린이문화원 — 동구 문화전당로. 유아놀이터가 영유아 전용으로 따로 있고, 만 5세 이하는 보호자 동반 시 무료다. 어린이 공연도 수시로 운영된다.

중외공원 생태예술놀이터 — 북구 운암동. 2024년 새로 생긴 곳인데, 곤충 테마로 만들어진 야외 놀이터다. 영유아 전용 구역이 따로 있고 완전 무료다.

우치공원 동물원 — 북구 우치로. 호남 유일 공립 동물원. 코끼리, 기린, 사자까지 134종 730마리를 무료로 볼 수 있다. 옆에 패밀리랜드에서 회전목마도 탈 수 있다.

날씨 보고 결정해야겠다. 비 오면 실내 키즈카페로 가는 수밖에 없고.

어쨌든, 내일도 로아한테 좋은 하루를 만들어줘야지. 아빠니까.


이 아이 때문에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오늘 같은 날에 특히 진하게 든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