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젯밤, 로아가 잠든 얼굴을 한참 봤다.
볼이 빨개진 채로, 뭔가 좋은 꿈이라도 꾸는 듯 입 꼬리가 살짝 올라가 있었다. 오늘 하루가 얼마나 신났으면 저렇게 자나 싶어서,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로아가 네 살이 됐다.
와이프의 아이디어는 늘 나를 놀라게 한다
며칠 전부터 낌새가 이상했다. 와이프가 폰을 보면서 뭔가를 열심히 저장하더니, 나한테 몇 번이나 보여줬다.
"이거 어때? 이게 나을 것 같지?"
인터넷에서 화제가 됐던 장면이라고 했다. 헬륨풍선을 들고 있는 인형들을 방 한가운데 세워두고, 아이가 들어오는 순간을 노리는 것. 아이 눈높이에 맞춰 인형들이 줄지어 풍선을 들고 서 있는 그 장면.
나는 솔직히 '잘 될까?' 싶었다. 근데 와이프 표정을 보니 이미 마음속으로 다 완성해놓은 것 같았다. 몇 번의 고민 끝에 와이프는 결정했고, 나는 그냥 따랐다.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로아가 문을 열던 그 순간
"들어와봐, 로아야~"
와이프 목소리에 로아가 문을 열었다. 방 안으로 한 발 들여놓는 순간, 잠깐 멈췄다. 큰 눈이 동그래지더니, 입이 조금 벌어졌다. 그리고 2초쯤 지났을까.
갑자기 뛰면서 소리를 질렀다.
"인형들이 풍선 들고 있어!! 엄마, 인형들이 나 축하해주는 거야?!"
그 목소리의 높이가, 아직도 귀에 남는다. 기쁨이 어느 정도면 저런 소리가 나오는 건지. 방 안이 순식간에 로아의 에너지로 꽉 찼다. 풍선 하나하나를 손으로 건드려보고, 인형들한테 직접 말을 걸었다.
"고마워, 고마워."
며칠 전부터 노래를 부르고 다니던 딸기케이크까지 인형들 앞에 놓여 있으니 더 신이 났다. 빨간 딸기 향이 방 안에 퍼지는 동안, 로아는 두 손을 모으고 눈을 감았다. 촛불 앞에서 뭘 빌었는지는 모른다. 근데 그 표정만큼은 평생 기억할 것 같다.
승리이모, 제민삼촌도 왔다
회사 동료들도 달려와줬다. 로아가 아는 얼굴들이 생일 노래를 불러주자 더 좋아했다. 선물까지 받고 나서는 완전히 들뜬 상태. 케이크를 먹고, 재밌게 놀고, 아이는 그렇게 깊이 잠들었다.
나는 다시 새벽에 이 글을 쓰고 있다.
매번 와이프의 아이디어에 놀란다. 내가 생각 못 하는 걸 늘 먼저 생각해놓는다. 아이 눈높이에서 세상을 보는 그 감각이, 나는 아직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다.
오늘과 내일은 나 혼자다
와이프가 출장을 간다. 오늘, 그리고 내일.
생일 파티의 흥분이 가시기도 전에, 이제 아빠 혼자 로아를 맡는다. 어린이극장에 갈까. 체험 공간에 갈까. 점심시간에 짬짬이 검색해봤다.
내일을 위해 찾아본 광주 아이랑 가볼 만한 곳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어린이문화원 — 동구 문화전당로. 유아놀이터가 영유아 전용으로 따로 있고, 만 5세 이하는 보호자 동반 시 무료다. 어린이 공연도 수시로 운영된다.
중외공원 생태예술놀이터 — 북구 운암동. 2024년 새로 생긴 곳인데, 곤충 테마로 만들어진 야외 놀이터다. 영유아 전용 구역이 따로 있고 완전 무료.
우치공원 동물원 — 북구 우치로. 호남 유일 공립 동물원. 코끼리, 기린, 사자까지 134종 730마리를 무료로 볼 수 있다. 옆 패밀리랜드에서 회전목마도 탈 수 있고.
날씨 보고 결정해야겠다. 비 오면 실내 키즈카페로 가는 수밖에 없고.
어쨌든, 내일도 로아한테 좋은 하루를 만들어줘야지.
생일 선물을 한 무더기 받아서 기분이 한껏 올라간 이 녀석을 데리고, 아빠 혼자서도 충분히 재밌는 하루를 만들어줄 수 있다는 걸 — 나도 조금 증명하고 싶다.
이 아이 때문에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오늘 같은 날에 특히 진하게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