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혼식이 끝나자마자 남원으로 핸들을 꺾었다.
간다 간다 하면서 몇 번이나 미뤄왔던 피오리움. 일요일엔 부산에서 부모님이 오시는 날이라 이날 아니면 또 언제 갈지 모른다 싶어서, 토요일 오후 반쯤 지친 몸을 이끌고 차를 달렸다. 날씨는 생각보다 좋았다. 창밖으로 겨울 햇살이 길게 눕고, 아이는 뒷좌석에서 음악 틀어달라고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남원 피오리움 입장 전 꼭 알아야 할 것 — 누리시민증 발급
남원 피오리움을 갈 계획이라면 이것 하나는 미리 알아두자. 남원 누리시민증 발급이다.
QR코드로 간단하게 발급받을 수 있고, 이걸 가지고 있으면 입장료가 딱 절반이 된다. 성인 기준 12,000원 → 6,000원. 우리 부부는 도착하자마자 바로 발급했고, 딸아이는 36개월 미만이라 무료라서 패스.
| 성인 | 12,000원 |
| 청소년 | 8,000원 |
| 어린이 | 6,000원 |
| 남원 누리시민·한복 착용·65세 이상 | 할인 |
| 36개월 미만 | 무료 |
남원 피오리움 (달빛정원) 주소: 전북 남원시 소리길 50 (어현동, 켄싱턴리조트 옆, 광한루원 맞은편) 전화: 063-620-5567 운영: 일·월·수·목 10:00~19:00 / 금·토 10:00~21:00 / 매주 화요일 휴무 주차: 건물 뒤편 무료 주차장 (만차 시 승월교 아래 공영주차장) 접근성: 광한루원 도보 5~10분, 춘향테마파크 연계 방문 가능
폐공장이 이렇게 된다고? — 달빛정원 탄생 배경
알고 보면 이곳, 이야기가 있는 장소다. 오랫동안 방치됐던 콘도 건축 중단 부지 — 폐산업시설이었던 곳을 리뉴얼해서 복합문화공간 달빛정원으로 탈바꿈했다. 2025년 4월 30일 개관. 총 3,800㎡ 규모에 5개 전시실과 별관으로 구성된 XR 기반 몰입형 미디어아트 전시관이다.
실내 공간이라 비가 오든 눈이 오든 관람이 가능하다. 주말에 "어디 가지?" 고민될 때 날씨 핑계 없이 올 수 있다는 게 진짜 장점이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천장에 솜뭉치 같은 구름 조형물이 가득 매달려 있었다. 분홍 꽃잎이 점점이 박혀 있고, 아이가 고개를 한참 들고 쳐다보더니 진지하게 한 마디 했다.
"아빠, 진짜 구름."
구름이 안에도 있고, 밖에도 있다고 한다. 아이는 마냥 신기하듯 실내에 뭉게구름을 만지고 싶어한다. 아이는 솜사탕을 정말로 좋아해서가 아닐까?

"아빠, 진짜 구름."
담양도 부산도 아니다 — 남원 피오리움이 압도적인 이유
솔직히 말한다. 담양에서도, 부산에서도 미디어아트를 봤다. 근데 가격 대비 퀄리티로 따지면 남원 피오리움이 압도적이다.
인테리어 일을 오래 해온 눈으로 봐도 각 공간별 구성이 탄탄하고, 공간마다 퍼포먼스가 다양해서 같은 장면이 반복되는 느낌이 전혀 없었다. 지하 1층을 중심으로 빛, 소리, 영상이 쏟아지는데 남원의 지리산, 오방색, 전통 문양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작품들이 많았다.
아이는 분홍 꽃잎이 천장부터 쏟아지는 플라워 공간에서 시키지도 않았는데 혼자 포즈를 잡았다. 짙은 보라색 나무 영상이 흐르는 공간에서는 두세 번을 왔다 갔다 달렸다. 인터랙티브 꽃 터치월에서는 손을 가져다 댔다가 꽃이 반응하자 깜짝 놀라 달려왔다가, 10초 후 다시 가서 또 만졌다. 이게 4살이다. 아빠 여기! 아빠 여기! 아이가 부르는 방향대로 자꾸 나도 따라 간다. 나도 동심으로 가려는것인가. 아이와 있으면 자꾸 예전 생각이 난다.

[분홍 플라워 공간] 꽃잎이 천장부터 바닥까지 쏟아지는 공간. 꽃 냄새가 은은하게 나는 것 같기도 했는데, 실제인지 착각인지 모르겠다. 아이는 여기서 시키지도 않았는데 혼자 포즈를 잡고 볼에 손을 갖다 댔다. 그 표정을 사진에 담았는데, 지금 봐도 웃음이 나온다.

[보라빛 공간 — 개인적 베스트] 사방이 짙은 보라색으로 물들어 있고, 벽에는 나무 한 그루가 빛 속에 서 있는 영상이 흘렀다. 바닥에서도 별빛처럼 작은 빛들이 흩어지고, 조용하고 몽환적인 음악이 깔려 있었다. 아이는 신이 났는지 이 공간을 두세 번 왔다 갔다 하며 달렸다.

[인터랙티브 꽃 터치월] 벽에 손을 대면 꽃이 반응하는 방식. 아이가 처음엔 조심스럽게 손 끝을 가져다 댔다가 꽃이 움직이자 깜짝 놀라서 나한테 달려왔다. 그러고는 10초 후에 다시 가서 또 만졌다. 이게 4살이다.

[파란 달 공간 — 이날의 최고 명장면] 까만 밤하늘 같은 공간에 파란 달이 둥글게 빛나고 있었다. 아이가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 혼자 달 앞으로 걸어가서 조용히 손을 뻗었다. 그 뒷모습이 너무 예뻐서 숨도 안 쉬고 찍었다.

[춘향전 미디어아트] 남원답게 춘향전을 모티프로 한 공간도 있었다. 3D 캐릭터들이 화면 안에서 뛰어다니는데, 아이가 그 앞에 쪼그려 앉아서 한참을 들여다봤다. 뭐가 그리 신기한지 일어나지를 않아서 한참 기다렸다.
관람 후 야외에서 한 번 더
1층 카페 앞에 넓은 야외 잔디 광장이 있고, 흰색 구형 조형물들이 간격을 두고 놓여 있다. 우리는 퀵보드를 챙겨와서 아이가 실컷 탔다. 햇빛 좋은 날이면 여기서도 충분히 시간이 간다.
이거 알고 가면 달라요
① 누리시민증 반드시 미리 발급 — 현장에서도 되긴 하지만 미리 해두면 입장이 빠르다.
② 퀵보드 챙기기 — 야외 광장이 넓어서 아이랑 시간 보내기 딱이다.
③ 저녁 시간대 방문 추천 — 금·토는 21시까지 운영. 어두워질수록 빛이 더 예쁘다. 담양에서 이어서 방문한다면 오후 늦게 도착하는 게 낫다.
④ 어두운 공간·강한 빛·소리 — 영유아나 빛 자극에 예민한 아이는 미리 체크. 우리 아이는 괜찮았지만 겁 많은 아이는 초반에 놀랄 수 있다.
⑤ 춘향전 축제 시즌 피하기 — 그때는 인파가 어마어마하다. 그 전에 다녀오는 게 낫다.
남원 피오리움 당일치기 추천 코스
오전 광한루원 산책 (도보 5~10분 거리)
점심 남원 시내 추어탕 or 한정식
오후 남원 피오리움 관람 (2~3시간)
저녁 금·토라면 야간 관람 추천 (21시까지)
담양이나 부산 미디어아트 가격 생각하면 솔직히 화가 날 정도다. 여기는 그 절반도 안 되는 가격에 이걸 만들어뒀다. 진지하게, 이거 기획한 공무원 있으면 상 줬으면 좋겠다. 아이에게 여기 좋았냐고 물어본다. 내가 "좋았어?" 물으니까 아이가 바로 대답했다.
"응, 또 와!"
아이와 어딜 갈지 고민이 된다면, 거창하지 않아도 되는 하루를 원한다면 — 남원 피오리움, 진심으로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