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혼식이 끝나자마자 남원으로 핸들을 꺾었다.
간다 간다 하면서 몇 번이나 미뤄왔던 피오리움. 일요일엔 부산에서 부모님이 오시는 날이라 이날 아니면 또 언제 갈지 모른다 싶어서, 토요일 오후 반쯤 지친 몸을 이끌고 차를 달렸다. 날씨는 생각보다 좋았다. 창밖으로 겨울 햇살이 길게 눕고, 아이는 뒷좌석에서 음악 틀어달라고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가기 전에 꼭 — 남원시민증 발급부터
남원 피오리움을 갈 계획이라면 이것 하나는 미리 알아두자. 남원시민증 발급이다.
QR코드로 간단하게 발급받을 수 있고, 이걸 가지고 있으면 입장료가 딱 절반이 된다. 일반 입장료 12,000원 → 6,000원. 우리 부부는 도착하자마자 바로 발급했고, 딸아이는 36개월 미만이라 어차피 무료라서 패스.
| 일반 | 12,000원 |
| 남원시민·누리시민 | 6,000원 (50% 할인) |
| 36개월 미만 | 무료 |
운영 시간: 평일 10시~19시 / 금·토·일 10시~21시 / 매주 화요일 휴관
폐공장이 이렇게 된다고?
알고 보면 이곳, 이야기가 있는 장소다. 오랫동안 방치됐던 콘도 건축 중단 부지 — 그냥 폐산업시설이었던 곳을 리뉴얼해서 복합문화공간 "달빛정원" 으로 탈바꿈한 곳이다. 2025년 4월 30일 개관. 총 3,800㎡ 규모에 5개 전시실과 별관으로 구성된 XR 기반 몰입형 미디어아트 전시관.
실내 공간이라 비가 오든 눈이 오든 관람이 가능하다. 주말에 "어디 가지?" 고민될 때 날씨 핑계 없이 올 수 있다는 게 진짜 장점이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천장에 솜뭉치 같은 구름 조형물이 가득 매달려 있었다. 분홍 꽃잎이 점점이 박혀 있고, 아이가 고개를 한참 들고 쳐다보더니 진지하게 한 마디 했다.
"아빠, 진짜 구름."

담양도, 부산도 아니다 — 여기가 최고다
솔직히 말한다. 담양에서도, 부산에서도 미디어아트를 봤다. 근데 가격 대비 퀄리티로 따지면 남원 피오리움이 압도적이다.
인테리어 일을 오래 해온 눈으로 봐도 각 공간별 구성이 탄탄하고, 공간마다 퍼포먼스가 다양해서 같은 장면이 반복되는 느낌이 전혀 없었다.

[분홍 플라워 공간] 꽃잎이 천장부터 바닥까지 쏟아지는 공간. 꽃 냄새가 은은하게 나는 것 같기도 했는데, 실제인지 착각인지 모르겠다. 아이는 여기서 시키지도 않았는데 혼자 포즈를 잡고 볼에 손을 갖다 댔다. 그 표정을 사진에 담았는데, 지금 봐도 웃음이 나온다.

[보라빛 공간 — 개인적 베스트] 사방이 짙은 보라색으로 물들어 있고, 벽에는 나무 한 그루가 빛 속에 서 있는 영상이 흘렀다. 바닥에서도 별빛처럼 작은 빛들이 흩어지고, 조용하고 몽환적인 음악이 깔려 있었다. 아이는 신이 났는지 이 공간을 두세 번 왔다 갔다 하며 달렸다.

[인터랙티브 꽃 터치월] 벽에 손을 대면 꽃이 반응하는 방식. 아이가 처음엔 조심스럽게 손 끝을 가져다 댔다가 꽃이 움직이자 깜짝 놀라서 나한테 달려왔다. 그러고는 10초 후에 다시 가서 또 만졌다. 이게 4살이다.

[파란 달 공간 — 이날의 최고 명장면] 까만 밤하늘 같은 공간에 파란 달이 둥글게 빛나고 있었다. 아이가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 혼자 달 앞으로 걸어가서 조용히 손을 뻗었다. 그 뒷모습이 너무 예뻐서 숨도 안 쉬고 찍었다.

[춘향전 미디어아트] 남원답게 춘향전을 모티프로 한 공간도 있었다. 3D 캐릭터들이 화면 안에서 뛰어다니는데, 아이가 그 앞에 쪼그려 앉아서 한참을 들여다봤다. 뭐가 그리 신기한지 일어나지를 않아서 한참 기다렸다.
관람 후, 야외에서 한 번 더
1층 카페 앞에 넓은 야외 잔디 광장이 있고, 흰색 구형 조형물들이 간격을 두고 놓여 있다. 햇빛이 좋은 날이면 여기서도 충분히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우리는 퀵보드를 챙겨와서 아이가 실컷 탔다.
아이와 간다면 퀵보드 꼭 챙기길.
마무리하며
담양이나 부산 미디어아트 가격 생각하면 솔직히 화가 날 정도다. 여기는 그 절반도 안 되는 가격에 이걸 만들어뒀다. 진지하게, 이거 기획한 공무원 있으면 상 줬으면 좋겠다.
내가 "좋았어?" 물으니까 아이가 바로 대답했다.
"응, 또 와!"
한 번 오면 두 번은 안 오는 스타일인데, 여긴 진짜 다시 올 것 같다. 남원 춘향전 축제 시즌 전에 한 번 더 오는 게 나을 듯 — 그때는 인파가 어마어마할 테니.
아이와 어딜 갈지 고민이 된다면, 그리고 거창하지 않아도 되는 하루를 원한다면 — 남원 피오리움, 진심으로 추천한다.